신입 디자이너일 때 하는 일과 3~4년차 된 디자이너 그리고 디자인 팀장이 되었을 때 맡는 일의 종류와 역할은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주얼 라이제이션 능력, 프리젠테이션 능력, 플래닝 능력, 도큐멘테이션 능력은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일반적인 요건들이다.
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할 요건
: 비주얼라이제이션 능력(Visualization Ability)
이는 디자이너로서 가장 기본적으로 요규받는 능력이며 좁은 의미에서의 디자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무엇인가 머릿속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종이나 화면에 구현해 냄으로써 디자인 제안으로서의 자격을 얻게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디자이너들이 효과적인 비주얼라이제이션을 제대로 구현해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실정인 까닭에 마치 비주얼라이제이션을 구현하는 것 자체가 마치 훌륭한 디자이너가 된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단순한 비주얼만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키기에는 이제 사람들의 수준이 너무 높아져 있다.
클라이언트도 예외는 아니다.
시나 소설을 쓰기 위해 기본적으로 한글을 알고 있듯이 디자이너에게 비주얼라이제이션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 프리젠테이션 능력(Presentation Ability)
프리젠테이션은 좁은 의미로는 클라이언트에게 디자인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언급하는 프리젠테이션 능력은 결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의미한다.
클라이언트란 타 회사의 디자인 구매 의사 결정자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디자이너는 자신의 위치에 따라 수많은 클라이언트를 매일 접하게 된다.
때로는 자신의 동료 디자이너나 후배 디자이너일 수도 있고 자신의 팀장 디자이너일 수도 있다.
디자인 작업은 수많은 비공식 프리젠테이션 속에서 이루어진다.
디자인 결과뿐만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도 프로그래머, 기획자, 모형을 만드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디자인을 설명하여 설득하고 피드백을 받아 개선하는 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여러 사람들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디자인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제는 디자인이 디자이너 혼자서 모든 과정을 끝낼 수 있을 만큼의 규모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프로젝트 안에서 이루어지는 디자인은 여러 사람들의 협업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이런 협업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은 바로 팀워크이다.
디자인 작업의 절반은 말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건축 디자인이든, 웹 디자인이든 간에 디자인 분야에서 일류 디자이너는 역시 훌륭한 프리젠테이셔너이기도 하다.
따라서 비주얼의 수준을 높이는 데 들어가는 노력 이상으로 커뮤니케이션과 프리젠테이션의 능력을 키우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플래닝 능력(Planning Ability)
기획과 플래닝은 기획자나 플래너가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물음을 가진 사람은 오퍼레이터 수준의 디자이너 역할밖에 수행할 수 없다.
플래너가 하는 플래닝은 전체 프로젝트와 그 진행 일정을 관리하는 것이다.
실무로 들어가서 디자인에 관한 제작 일정이나 기획은 디자이너 스스로가 작성하고 관리해야 한다.
플래너를 말 그대로 플래너일 뿐 그들이 디자인에 대해 세세한 실무 계획을 짠다는 것은 무리일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더군다나 실무 경력이 몇 년 붙게 되면 후배 디자이너들을 여러 명 데리고 그들에게 일을 나누어 주고 일정을 관리하는 입장에 서야 한다.
플래닝은 일정만을 잡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조직화(Organization) 작업이다.
작은 일이야 상관 없지만 전체 프로젝트의 규모가 클수록 이같은 능력은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 도큐멘테이션 능력(Documentation Ability)
도큐멘테이션은 여러 가지 면에서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경시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도큐멘테이션이 안 되는 디자이너는 결코 일류 디자이너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도큐멘테이션의 범위는 디자인 계획과 진행 사항에 대한 리포트, 각종 아이디어, 회의록 등 작업에 사용된 문서와 시안을 포함하며 디자인 가이드나 스타일 가이드를 프로젝트의 결과물과 함께 제풀할 수 있어야 한다.
프로젝트 결과물과 함께 관련 도큐멘트를 클라이언트에게 제출하면 클라이언트의 신용을 얻을 수 있다.
클라이언트는 제시된 결과물만으로는 어떤 과정을 거쳐 자신이 의뢰한 디자인이 나왔는지 알 수 없으므로 디자이너를 의심하는 일이 생긴다.
그리고 다른 클라이언트에게 자신이 했던 디자인 결과물과 과정을 담은 도큐멘트를 한꺼번에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일을 수주하는 데 많은 도움을 얻는다.
회사의 입장에서도 도큐멘트가 있으면 해당 디자이너가 작업에 빠지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다른 디자이너로 대체해 작업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처음 기초 작업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훌륭한 비지니스맨으로서의 디자이너
위에 제시한 4가지는 훌륭한 디자이너로서가 아니라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일반적인 요건들이다.
훌륭한 디자이너가 되려면 이런 기본적인 바탕 위에 그 무엇인가를 더 갖추어야만 한다.
여기서 그 무엇이란 바로 훌륭한 비지니스맨으로서의 디자이너를 말한다.
좋은 디자인 회사나 뛰어난 프리랜서는 자신의 디자인을 파는 상인이 아니다.
클라이언트를 이해하고 그들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그들이 필요로 하는 디자인 전략과 결과물을 제공할 때 훌륭한 디자이너, 좋은 디자인 회사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것은 수준 높고 예쁜 디자인이 아니라 그들을 쉽게 알리고 그들의 제품을 더 많이 팔 수 있으며, 비용을 좀더 낮출 수 있는 디자인이다.
위에서도 설명했지만 클라이언트에게 왜 이 디자인이 우수한가를 말하는 것보다는 그들이 원하는 비지니스적인 측면에서 설득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길이다.
우리의 디자인을 선택함으로써 다른 경쟁사의 디자인을 선택했을 때보다 얼마만큼의 이익을 얻을수 있는지, 비용은 얼마나 절감할 수 있는지 또는 투자비는 얼마나 빨리 회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DESIGN net - 2001/3 Vol.42
김석기 / 콘텐츠 디렉터